“정율성 우상화 폐기하라” 서울·광주 시민단체 합동 기자회견

이윤정
2023년 10월 26일 오전 6:37 업데이트: 2024년 01월 06일 오후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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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광주의 시민단체들이 광주에 모여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 사업 철회를 촉구했다.

시민단체 ‘CCP(중국공산당)아웃’과 ‘공자학원 실체알리기 운동본부(대표 한민호·이하 공실본)’는 광주 지역 13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공산주의자 정율성 공원조성 및 기념사업 전면 철폐를 위한 범시민연대(이하 범시민연대)’와 함께 10월 25일 오전 11시 광주광역시의회 1층 시민소통실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들은 “정율성 기념사업 논쟁은 이념 갈등이 아닌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라며 “광주시는 잘못 시작한 행정을 바로잡기 위해 정율성 관련 모든 사업을 철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에서 태어난 정율성은 중국에서는 ‘중국 군가의 아버지’라는 별칭도 얻을 만큼 유명한 작곡가이지만, 북한·중국을 음악으로 찬미한 그의 사상과 전력은 뚜렷한 공산주의자로서의 행적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주광역시에선 정율성 기념 사업이 계속되고 있다. ‘정율성로(路)’도 있고 ‘정율성 생가’도 보존돼 있다. 지난 2009년에는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에 정율성 흉상도 조성됐으며, 올해 연말까지 총 48억 원을 들여 공원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에 광주의 시민·학생들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광주시의 정율성 우상화를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지난달 광주의 한 시민이 정율성 흉상을 강제 철거했으며, 광주 MBC는 호남대 공자학원과 함께 2014년부터 개최해 오던 정율성동요제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정율성 흉상이 철거되고 기단만 남은 모습 | 공실본 제공

국가보훈부와 행정안전부는 정율성기념사업 중단 및 흉상 등 기념시설 철거를 광주시에 권고했으나 광주시는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공아웃과 공실본은 지난해부터 정율성동상 철거, 정율성로(路) 개명 등을 촉구하며 정율성 우상화 폐기 요구를 본격적으로 표면화했다. 공실본 관계자는 “정율성은 평생 중국공산당과 북한 괴뢰의 나팔수로 살았다”며 “그런 자를 영웅으로 떠받드는 광주는 민주·평화·인권의 도시라고 자부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지난 9월 출범한 범시민연대는 당시 광주역시청 정문 앞 잔디광장에서 출범식을 갖고 성명서를 통해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정율성역사공원 조성 중단 ▲정율성 관련 문화사업 전면 재검토 ▲정율성역사공원 대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 실시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남구 양림동 정율성역사공원 조성 현장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 공실본 제공

이날 광주광역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단체들은 주광주중국 총영사관 앞에서도 집회를 열고 곧바로 남구 양림동 정율성역사공원 조성 현장을 항의차 방문해 인근에 있는 정율성로 정율성흉상 앞에서 집회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