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4년 반만에 금리 인하…0.5%p 낮춰, 연내 추가 인하 시사

강우찬
2024년 09월 19일 오후 1:23 업데이트: 2024년 09월 19일 오후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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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인플레이션, 목표치 근접했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종료 선언은 아직”
  • 파월 의장, 선거 48일 앞두고 단행한 것 두고 “소비자 이익에 초점 맞춘 결정”이라며 정치 개입 부인
  • 바이든 대통령은 “정책 효과 낸 것” 환영…트럼프는 “정치적 결정 아니라면 경제 그만큼 나쁘다는 뜻”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연준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내린 것은 4년 반 만이다.

연준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18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 포인트(50bp)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준이 일반적으로 금리를 0.25%씩 조정해 온 것에 비하면 큰 폭의 변화다.

이날 성명에서 연준은 “최근 지표에 따르면 경제 활동이 견고한 속도로 계속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고용 증가세는 둔화하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FOMC의 목표치인 2%에 근접했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 FOMC는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총 12명의 위원 중 11명이 찬성했다. 반대표를 던진 유일한 위원인 미셀 보우먼 전 캔자스주 은행위원장은 0.25% 포인트 인하를 주장했다. 보우먼 이사는 2018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에 의해 임명됐다.

기준금리가 변경되면 신용카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융상품과 은행계좌의 금리가 변동된다. 즉, 금리를 높이면 시중에 풀린 돈이 회수되고, 금리를 낮추면 돈이 풀린다. 돈이 풀리면 경기 부양 효과를 내지만,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거나 강화할 수 있다.

연준은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며 높은 금리를 유지해 왔다. 이날 금리 인하를 발표하면서도 성명을 통해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리스크가 대체로 균형을 이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경제 강세, 인플레·금리 낮췄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인하를 환영했다.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막 중요한 순간에 도달했다. 경제가 강세를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우리 정책은 비용을 낮추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11월 대선을 앞두고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해 온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결정이 정치적 판단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들이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고 가정하면, 경제 상황이 금리를 그 정도로 낮춰야 할 만큼 매우 나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대선을 48일 앞두고 완화된 통화정책을 내놓은 이유를 질문받자 “다른 필터(의도)는 없었다”며 “연준이 소비자 이익에 초점을 맞추면서 내린 결정”이라고 정치적 의도를 부인했다.

성명에서도 “FOMC는 목표 달성을 방해할 수 있는 리스크가 발생하면 통화정책의 입장을 적절히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정치성을 배제하고 목표 달성에 집중하고 있음을 명시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선언하진 않았다. 그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물가상승완화)으로 인한 고통스러운 실업률 증가 없이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 상황을 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서로 상충되는 두 목표 간의 균형점을 찾는 데 힘을 쏟고 있음을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뒤처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뒤처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거듭 말하며 0.5% 포인트 인하가 새로운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적절하다면 금리 인하를 더 빨리 또는 더 느리게 진행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회의 후 연준이 발표한 경제 전망 요약(SEP)에 따르면 연준 관계자들은 연내 0.5% 포인트 추가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올 연말 기준금리 중간값은 6월 전망치(5.1%)보다 낮은 4.4%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년 3.4%, 2026년 2.9%로 예상된다.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2.1%에서 2%로 하향 조정됐다.

연준은 2025년과 2026년에 경제가 완만한 2%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으며, 실업률이 올해와 내년 4.4%로 상승하지만 2026년 4.3%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예상치 4%(2024년), 4.2%(2025년), 4.1%(2026년)보다 상승한 수치다.

인플레이션은 계속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중앙값의 성장률은 2024년 2.3%, 2025년 2.1%로 둔화될 것으로 예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