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분 같은데 연휴 내내 아침·저녁으로 보는 것 같다.”
지난 18일 오후 8시 서울 성동구 금호동 인근 편의점에서 만난 점주 50대 김 씨는 “연휴라서 손님들이 많이 안 올 줄 알았으나 전혀 아니다”라며 “특히 2030세대 손님들이 많이 오셔서 맥주랑 안줏거리를 산다. 방금 (편의점을) 나간 손님도 젊은 사람 같은데 매일 온다”고 말했다.
이날 밤 10시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인근 편의점에서 만난 30대 남성 윤 씨는 “추석이라고 해서 고향을 내려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보단 혼자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며 “연휴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연휴 이후 회사 생활에서의 컨디션이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홀로 추석을 보내는 청년들이 최근 증가세를 보이는 양상이다. 이런 현상은 수도권에만 집중되지 않고 지방에서도 감지됐다. 지난 17일 강원도 춘천 교동 인근 대학가에서 만난 20대 여성 심 씨는 기자와 만나 “집에 가서 친척들로부터 걱정 어린 조언을 듣는 것보다는 단기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비상금을 모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4학년 졸업반이라고 소개한 심 씨는 “요즘 명절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보단 홀로 보내며 컨디션을 조절하는 사람들이 많다”라고도 했다.
홀로 추석을 보내는 2030세대가 많아짐에 따라 명절 기간 ‘영업 계획’을 세우는 기업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7일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기업회원 96명을 대상으로 ‘추석 영업 계획’을 조사한 결과, ‘85.4%’가 추석 연휴에도 영업을 쉬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5.7%포인트 증가한 수치이기도 하다. 아르바이트생 13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 연휴 근무 계획’에서도 ‘78%(1043명)’는 추석 연휴에 알바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지난달 롯데멤버스가 전국 청년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를 살펴보면, 올해 추석 연휴 기간 ‘가정 내 휴식’ 항목에 응답한 청년은 1460명(36.5%)에 달했다. 이 역시 지난해 대비 6.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반면 ‘고향 방문’ 항목에 응답한 청년은 1448명(36.2%)이 그쳤다. 이는 지난해 대비 9.8%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전문가들 역시 ‘가족과 보내는’ 추석 문화보다 ‘혼자 보내는’ 추석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에 주목했다. 보건복지부 자문위원을 지낸 한 사회복지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요즘은 명절이라고 해서 가족들과 시간을 꼭 보내야 한다는 관념이 사라졌다”며 “이는 명절 기간을 맞이해 영화관 내 특정 영화들이 경제적 효과를 보는 것을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최근 개봉한 영화 ‘베테랑2’는 손익분기점인 400만을 넘겼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8일 베테랑2는 하루 동안 73만8643명의 관객을 확보하며 6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추석 연휴 내내 1위를 차지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