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방장관 ‘中, 대만 영해·영공 침입 시 자위권 발동 가능’

강우찬
2024년 06월 7일 오후 4:03 업데이트: 2024년 06월 7일 오후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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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방부 장관이 중국 공산당 군용기가 대만 국군의 항공기와 선박, 시설을 공격하거나 대만 영해 및 영공을 무단 진입할 경우 자위권을 발동해 반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7일 대만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구리슝(顧立雄) 국방부장(국방장관)은 전날 입법원(국회) 외교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업무 보고 후 질의응답 시간에 ‘선제공격’의 정의와 자위권에 관해 질문을 받자 이같이 답했다.

구리슝 대만 국방부 장관은 6일 중국 공산당 군이 대만 국군 항공기, 선박, 시설을 공격하거나 영공 12해리 영해에 무단 진입할 경우 국군에 자위권 행사를 명령하고 자위적 반격을 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 장관의 외교국방위 출석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구 장관은 “공산군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대만 국군은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산군이 대만 군용기와 시설, 대만 본섬이나 외곽 도서지역을 공격하거나 12해리 영공과 영해에 무단으로 진입하는 경우 국군에 자위권 행사를 명령할 수 있으며 공격 정도에 따라 반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세계 각국은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에 따라 본토 기점을 기준으로 12해리까지 바다를 영해로, 그 수직 공간을 영공으로 설정하고 있다. 다만 대한해협 등 양국 영토가 인접한 경우에는 상호 간 합의에 따라 12해리 이내로 영해·영공을 조정하기도 한다.

중국 공산당은 라이칭더 신임 총통이 이끄는 새 정부가 출범함 이후 대만을 포위한 형태의 군사 훈련을 실시하며 대만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군사적 위협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대만해협의 안정과 관련 깊은 주변국의 실질적 대응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대만 유사시에 대비해 주일미군사령관을 현행 중장에서 대장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이 육·해·공 자위대 운용을 일원화하는 통합작전사령부를 올해 창설하고 대장급 사령관 임명을 예정하자, 미국 역시 미군-자위대 간 지휘체계 협력 강화를 위해 ‘급’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현재 주일미군사령부는 주일미군 지위협정에 따라 부대 운용을 조율하는 등 제한적인 역할만 수행하고 있으며, 훈련이나 작전지휘권은 하와이의 인도태평양사령부에 있다. 이 사령부는 작전 지역이 넓고 일본·대만과 물리적 거리가 있어 대만 유사시 즉각적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만은 공산당 군에 비해 압도적인 열세에 있지만, 외부의 도움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따라 국방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 장관은 최근 언론 간담회에서 “대만 국방부는 미국 국방혁신부(DIU)의 사례를 따라 첨단국방기술그룹을 설립하고 자신이 직접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 그룹은 대만의 국방과학기술 개발 주도기관인 국립중산과학원을 중심으로 민간 연구개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 신형 드론과 자폭무인정 등 중국 공산군을 겨냥한 비대칭 전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구 장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사례를 언급하며 대만해협 방어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국방 물자 생산라인을 강력하게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장관 취임 이후 비대칭 전력과 우방과의 합동 작전, 사회 복원력, 예비군 혁신을 강조해왔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을 향한 군사적 위협을 높여가는 동시에 한국, 미국, 일본 등 주변국의 대만 관련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미일 3국은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외교차관협의회에서 대만·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중국 공산당의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는 공동 입장을 확인했으며, 지난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서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중국 공산당의 위협적 행동에 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자 4일 주한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공식 소셜미디어에 올린 입장문에서 한미일 3국에 관해 “잘못된 발언”, “중국의 내정에 거칠게 간섭” 등 표현을 사용해 비난했다.

한편, 미국 국방부는 일본에 ‘훈련 목적’의 중거리 미사일을 일시 배치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 3일 “다양한 능력을 갖춘 장비를 훈련의 일환으로 배치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은 지난 4월 필리핀과의 연합훈련을 계기로 중거리 미사일을 일시 배치했다.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 태평양에 배치한 것은 1987년 이후 37년 만이다.

지난해 일본 언론들은 미국이 3~4년 전부터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을 동아시아에 배치하려는 계획을 일본 아베 신조 정부에 타진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